萬事休矣(만사휴의)
모든 일이 끝장났다. 곧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해 봐도 대책이 서지 않을 때, 뜻하지 않은 실패로 돌이킬 길이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黃巢(황소)의 난이 일어나 천하가 극도로 어지러워지면서 唐(당)나라의 명맥도 점차 황혼을 맞게 된다. 마침내 당나라가 망하고 宋(송)나라가 들어설 때까지 53년 동안 왕조가 갈리기 다섯번, 그 사이 지방에 割據(할거)했던 나라가 10개나 되어 무력에 의한 항쟁과 찬탈이 끊일 새가 없었다.
이 시기를 五代十國(오대십국)이라 일컫는다. 이때의 君主(군주)란 초대에는 무력을 배경으로 군림하지만 2, 3대로 내려가면서 무기력해지기 일쑤였다. 荊南(형남)도 그런 例(예)에 빠질 수 없는 조그마한 나라에 불과했다. 이 나라를 開國(개국)한 사람은 형남절도사였던 고계흥이었고 그의 아들 종회, 종회의 장남 보융, 열번째 아들 保勖(보욱)으로 왕의 世系(세계)가 이어졌다.
고보욱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자랐다. 그 때문에 세상사람 모두가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줄 아는지 누가 화난 얼굴을 해보여도 으레 싱글벙글 웃어댔다. 그 모습이 얼마나 바보스러웠으랴. 더구나 나중에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릴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형남백성들은 『이제 모든 게 끝났다(萬事休矣)』고 탄식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政事(정사)를 이어받고 맨먼저 한 일은 굉장한 누각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밤낮을 모르는 향락과 荒淫(황음)이 시작되었다. 이런 행각이 끝도 시작도 없이 이어졌으니 나라가 배겨낼 수가 있나. 그가 죽은 후 얼마 못가서 나라는 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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