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극생비(樂極生悲)
樂(즐거울 락) 極(다할 극) 生(날 생) 悲(슬플 비)
즐거움 끝에는 슬픈 일이 생김을 뜻한다.
제(齊)나라 위왕(威王) 8년, 초(楚)나라의 대군이 제나라를 공격해 오자 위왕은 익살과 언변에 능한 순우곤을 시켜 조(趙)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게 하였다.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온다는 소식에 초나라 군대는 곧 퇴각하였다. 이에 위왕은 크게 기뻐하여 순우곤을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위왕은 순우곤에게 술을 어느 정도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저는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위왕이 까닭을 묻자 순우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대왕의 앞에서는 저는 황공하여 한 말을 마시기 전에 취해버립니다. 어버이와 손님이 계시는 자리에서는 두 말을 마시기 전에 취해버리고, 오래 만에 만난 친구와 주고받으면서 마시면 대여섯 말을 마시면 취하게 됩니다. 만약 남녀가 한 자리에 섞여 앉아 술잔을 돌리며 술을 마시게 된다면, 저는 은근히 즐거워 여덟 말쯤 마셔야 약간 취하게 될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절정에 이르고, 남녀가 한 자리에서 무릎을 맞대고 앉으며, 신발이 뒤섞이며 잔과 그릇이 어지럽게 흩어지고(履석交錯, 杯盤狼藉), 마루 위의 촛불은 꺼지고 주인이 저 한 사람만 머물게 하며 다른 손님들을 보내고 나서, 엷은 비단 속옷의 옷깃을 풀면, 은근한 향기가 풍기게 되는데, 이때가 되면 저는 마음이 아주 즐거워져서 한 섬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게 되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퍼진다(故曰酒極則亂, 樂極則悲)'고 하는데, 모든 일이 이와 같습니다."
위왕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대답하였다. "알겠오"
그 날 이후 위왕은 밤 새워 술 마시는 것을 그만 두고, 순우곤을 제후 접대하는 일을 책임지는 관리에 임명하였다. 그리고 순우곤은 왕실에서 개최되는 모든 주연(酒宴)에서 언제나 왕을 측근에서 모셨다.
[출전] 사기(史記) 滑稽列傳
[유사어] 흥진비래(興盡悲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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