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불식(有粟不食)
곡식이 있어도 먹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귀중한 물건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쓸모없음을 이르는 말.
전한(前漢)시대의 중요한 자료인 '염철론(鹽鐵論)' 에 나온 말이다. 《염철론》은 전한 선제(宣帝) 때 환관(桓寬)이 쓴 것으로 전한의 정치·사회·경제·외교·학문 등에 관해서 알 수 있으나 주요 내용은 한무제 때 실시한 소금과 철의 전매제도의 존속여부를 놓고 학자들 사이의 시비(是非) 논쟁을 기록한 것이다.
한무제(漢武帝)는 오랫동안 대외전쟁에 국력을 소모하여 재정이 궁핍해지자 소금과 철을 국가가 전매하는 균수평준법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백성의 원성이 높았다. 무제가 죽고 나자 이 제도를 계속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편에 선 조정 대신들의 논쟁이 가열되었는데 이때 환관이라는 사람이 이 조정 회의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 바로 《염철론》으로 다음은 그 기록의 일부이다.
곡식이 아무리 창고에 가득차 있어도 이것을 찧어 밥을 해먹지 않는다면 배고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有粟不食 無益於饑). 바다에서 소금이 나지만 사람이 소금을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소금이 되지 않는다. 산에서 쇠가 나지만 광석을 캐내어 쇠를 가려내고 제련하지 않는다면 쇠가 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려는 지혜와 노력이 보태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창고에 있는 조가 그대로 밥이 되어 입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가치있는 것이라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소용에 닿지 못한다는 이 말은 현대적인 용어를 말하면 부가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염철론(鹽鐵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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