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扇 (추선)

秋扇(추선)

가을철의 부채라는 뜻으로, 남자의 사랑을 잃은 여자나 철이 지나서 쓸모없이 된 물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반첩여와 조비연(趙飛燕)은 중국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후궁으로, 성제는 처음에는 반첩여를 매우 총애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비연에게로 사랑이 옮겨 갔다. 조비연은 혹시라도 성제의 마음이 반첩여에게 되돌아갈 것을 염려하여, 반첩여가 임금을 중상모략했다고 무고(誣告)하여 그녀를 옥에 가두게 했다. 나중에 반첩여의 혐의는 풀렸지만 그녀의 처지는 그 옛날 임금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때와 같지 않았다. 그녀는 장신궁(長信宮)에 머물면서 과거 임금의 사랑을 받던 일을 회상하고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어 쓸모없게 된 부채와 자신의 처지가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어 《원가행(怨歌行)》이라는 제목의 시를 짓게 되었다. 이 시는 중국 육조문화(六朝文化)를 대표하는 시문선집인 《문선(文選)》에 전해지는데, 거기에 ‘추선(秋扇)’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로 재단한 제(齊)나라의 흰 비단은/서리와 눈처럼 희고 깨끗하다/마름질하여 합환선(合歡扇)을 만드니/둥글기 명월 같구나/님의 품과 소매를 드나들며/움직일 때마다 서늘한 바람을 일으킨다/문득 두려운 가을이 와/서늘한 바람은 더위를 빼앗으니/가을 부채(秋扇)는 장롱 깊이 버려져/은정(恩情)은 끊기는구나

여기서 ‘추선’은 임금의 총애를 잃은 반첩여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철이 지나서 쓸모없이 된 물건과 남자의 사랑을 잃은 여자를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추선’은 ‘추풍지선(秋風之扇)’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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